생물학

화염 솟구치지만, 수영장은 잔잔

Aug 26, 2024 IDOPRESS

재미작가 강유진 선화랑 개인전


에나멜 페인트로 그린 신작 38점

'Pool in the garden with fire' 선화랑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나무가 울창한 정원 속 고급 풀빌라. 그런데 이 환상적인 휴가를 단박에 깨뜨리는 매서운 화염이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있는 사람은 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입수 전 스마트폰으로 이 초현실적인 장면을 찍고 있는 걸까. 햇빛이 일렁이는 잔잔한 물 아래 비치는 수영장 바닥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강유진 작가의 'Pool in the garden with fire(불이 있는 정원의 수영장)'는 언젠가 작가가 여행 중 찾았던 풀빌라의 평온한 풍경을 재해석해 그린 반추상 풍경화다. 실존하는 공간이 포함돼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실재할 수는 없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과 불,자연의 푸르름과 인공적으로 건축된 수영장 공간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이룬 하나의 장면은 조화로운 색감과 균형 잡힌 구도로 보는 이를 유혹한다.


재미 작가 강유진의 개인전 '환상의 파편: 풍경의 새로운 시각'이 오는 9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최된다. 회화 신작 38점을 선보인다. 주로 건물 도색에 쓰이는 페인트인 에나멜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잘 흐르는 성질을 활용해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작품에 등장하는 수영장은 평소 수영을 즐기는 강 작가의 안식처 같은 공간이다. 그는 "어딜 가든 수영장부터 찾는다"며 "수영장에선 '정해진 틀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떨 땐 수영장이 나 자신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이질성과 의외성이다. 설산 옆 용암,겹겹이 쌓인 지층 구조와 함께 놓인 크레이프 케이크,바위산 앞 고깃덩어리 등을 표현했다. 정통 회화를 배웠지만 유화 물감 대신 에나멜을 주재료로 선택한 것도 색다른 재료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 때문이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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