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100세 시대 생존법은 '내 이름 찾기'죠

Oct 17, 2024 IDOPRESS

베스트셀러 '호명사회' 저자 송길영 씨


빅데이터 전문가로 30년 활약


직장인 삶 마치고 작가로 전향


은퇴 후에 50년 더 사는 시대


개인의 내공·스토리 중요해져


직책 아닌 자기가치를 키워야

'시대예보: 호명사회'를 펴낸 송길영 작가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꽁지머리를 한 빅데이터 전문가. 명함엔 '송길영' 이름 석 자만 있다. 조직도 직책도 없다. 시대의 마음을 캔다고 해 자신이 직접 명명한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는 직업이 붙어 있을 뿐. 뒷면엔 그를 단숨에 출판계 대어로 올려놓은 키워드 '시대예보'라는 네 글자가 굵게 박혀 있다.


지난해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로 큰 반향을 일으킨 그가 이번엔 '호명사회'라는 화두를 던지며 돌아왔다. 최근 서울 중구 매일경제신문을 찾은 그에게 특정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20년 전부터 이 머리다. 남들이 나를 알아보는 데 에너지를 줄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우리 사회 집단주의를 거부하는 주체적인 개인들에게 '핵개인'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자 숨어 있던 핵개인들이 대거 나타났다. 책도 15만부가 팔렸다.


"젊은 독자분들이 '이건 예보가 아니라 중계다. 지금 내 얘기'라며 공감을 해줬어요. 평소 느끼던 것에 이름을 지어주면 사람들이 안온함을 느끼죠.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하면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1년 만에 다시 낸 '시대예보: 호명사회'(교보문고 펴냄)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인공지능(AI) 시대 자동화의 물결로 장인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겁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그 사람의 공력과 퍼스널 스토리를 더 따지죠. 이젠 '나의 이름'이 더 중요해지고 모두가 작가가 돼야 하는 시대입니다."


'아티즌',즉 장인이 대우받는 시대는 산업혁명 이후 기계에 밀렸던 공방의 부활을 뜻한다. "파타고니아 같은 대기업은 지구 환경을 이야기하며 가치의 층위를 올리죠. 작은 기업은 독특한 공방처럼 움직일 거예요. 중간 기업은 애매한데,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몰릴 겁니다."


개인 역시 '나의 이름'을 찾는 것이 인생의 숙제이자 생존법이 됐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진정성을 갖고 쟁투를 벌이듯이 개인들이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경쟁 인플레이션'이 벌어지죠. '선발' 시스템이 무너진 것도 무한경쟁을 촉발하죠. 계속 자신을 발전시켜야 하고 이로 인해 불안심리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정년을 마쳐도 남은 기간이 50년"이라며 "나이가 많으면 고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세 번째는 본인이 주도하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작년에 책을 내자마자 30년 직장인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음소프트 재직 시절에도 늘 홀로서기를 꿈꿔왔다. "오래전부터 제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내 소망은 명함에서 이름만 남기는 것이라고. 그 욕망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본진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추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는 때가 온다고 믿는다. "많은 분은 결과가 즉시 안 나오면 서운해하죠. 하지만 누군가는 그 진지함과 질(quality)을 지켜보고 있어요."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어떻게 정하는 걸까.


"공부하는 '도반'들과 계속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글을 써요. 이 글들을 계속 늘어놓고 배열하면 전체 흐름이 보이고 줄기를 찾게 되지요. 책을 거의 다 쓴 상태에서 마지막에 제목을 정합니다."


노후가 준비된 사람에게도 일은 필요할까. "퇴직한 많은 분이 지루해해요. 무엇보다 일을 안 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얘기하죠. 과거 명함이 아니라 지금을 만들 수 있는 작업을 해야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지요."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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