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서호미술관 초대전
'선 74' 서호미술관
남양주 북한강변에 자리 잡은 서호미술관(관장 홍정주)에서 2024년 시도지원 사업 기획 초대전으로 서정민 작가의 '선과 선을 잇는 사유의 여백,존재의 유속'을 오는 7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선' 시리즈는 노동으로 서체를 변환시켜 우연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는 선을 불교의 수행적 의미를 가진 '선(禪)'과 중국 화가 석도(石濤·1642∼1707)의 일획론에서 '한 번 그음'을 의미하는 '선(線)'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붓과 먹으로 정신성을 드러낸 서지를 차용한 것은 과거의 역사적 가치를 소환함으로써 현대의 시대정신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예가들의 습작 서지를 수집한 후 우리 고유의 두루마리 기법을 응용해 한지를 말고,자르고,붙이고,쪼개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로 작품을 구성한다. 작품 속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지의 글들은 형상이 바뀌어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만 남게 되는데,이는 '글'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지점에서 유(有)와 무(無)로 치환하여 화면을 구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들을 콜라주 방법으로 화면 위에 쌓고 붙이는데,화면 위에 나지막한 부조처럼 쌓인 글과 글들의 집합체는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소통으로 하나됨'을 의미한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