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Movie] 원작만큼 재미 있는 청춘 서사…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Oct 17, 2024 IDOPRESS

영화는 소설 원작의 인기 때문에 주눅 드는 대신,리얼한 에피소드들과 김고은의 통통 튀는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연기,‘파친코’ 노상현의 과감한 현대극 연기를 통해 자신 있게 나아간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단단한 우정을 통해 꽉 막힌 사회의 편견과 거침 없이 맞선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과감한 스타일과 남 눈치 보지 않는 거침없는 애티튜드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유로운 영혼의 대학생 ‘재희’(김고은). 작가를 꿈꾸며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한 ‘흥수’(노상현)는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숨기고 살고 있었지만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남자와 키스하던 모습을 과 동기인 재희에게 들키고 만다. 학교에서의 소문을 걱정하던 흥수의 생각과는 달리 재희는 흥수의 비밀을 지켜주고,둘은 클럽을 함께 다니는 베프가 된다. 어느 날 재희의 집을 훔쳐보던 남자가 경찰에 잡혀가면서,둘은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되고,대학 생활에 이어 각각 작가 지망생과 마케터의 길을 걸으며 서로를 함께 돌본다.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원작으로,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와 ‘탐정: 리턴즈’(2018)의 각본과 연출,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2022)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았다. 영화는 30대로 넘어가며 농익어가는 둘의 완벽한 우정을 통해 20대 초반에는 잘 몰랐던,‘내가 나인 채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가 있어”라는 재희의 대사는 클럽 죽순이로 생각 없이 막 사는 듯한 그녀 안에 또렷이 자리 잡은 세계관을 보여준다.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시선,데이트 폭력 등 전체적으로 뻔하지 않은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들이 사회의 시선 대신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뭉클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찰진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든다. 흥수 역을 맡은 노상현과 재희 역을 맡은 김고은은 각자 ‘파친코’에서의 클래식하고 병약한 이삭,‘파묘’에서의 어둡고 거친 화림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꾸밈 없고 발랄한 청춘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결국 사회나 타인이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둘 사이의 완벽한 우정을 통한 성장 서사를 보여준다. 결혼식에서의 듀엣 장면,함께 잡혀간 경찰서에서의 에피소드 등 예상되는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신들을 줄이고,조금 더 압축감 있는 편집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쿠키영상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지 3초 만에 등장한다. 러닝타임 118분.

[글 최재민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1호(24.10.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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