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Culture] 멈춰 있던 공간이 움직인다...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개최 - 매일경제

Jun 25, 2024 IDOPRESS

국제갤러리서 7월 28일까지


팬데믹 이후 다시 찾은 공간들 촬영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칸디다 회퍼) 지난 50여 년간 ‘사진’이라는 매체로 도서관,박물관,공연장 등을 자신만의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 온 칸디다 회퍼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팬데믹’이라는 전인류적 역경을 회생과 쇄신,특히 ‘재생’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RENASCENCE》 설치전경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전시기간: 2024년 5월 23일(목)~7월 28일(일)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K2“회퍼는 사람의 존재를 없앤 후 공간에 남은 흔적과 빛,미묘한 공기의 감각에 집중하고 이를 완벽한 대칭 구도로 카메라 렌즈에 담는다. 그녀에게 공간이란 건축물이 처음 지어지던 순간부터 이후 수많은 변화의 흔적들이 가미된 여정을 실어 나르는 ‘시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이 곳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견하도록 독려한다. 이때 관람객은 공간의 변화를 목도하는 목격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전시 자료 中)칸디다 회퍼(b. 1944)〈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 XX 2020〉Inkjet printImage: 180 x 180 cmFrame: 184 x 184 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Bonn 2020 카메라로 바라본 문화 공간의 ‘재생’
국제갤러리는 오는 7월 28일까지 서울점 K2(1,2층)에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 《RENASCENCE》를 개최한다.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로 직역되는 전시 제목 ‘Renascence’는 문화적 공간이 지니는 ‘재생’의 의미와,팬데믹 이후 공공영역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합친 키워드. 지난 2020년 부산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팬데믹 기간에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그리고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하여 작업한 신작 14점을 선보인다.전시작의 피사체로 등장하는 미술관 및 박물관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동시에,오늘날의 속도에 맞게 재정비되어 온 곳들이다. 회퍼는 이를 복원하는 건축가들의 절제된 시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 특유의 중립적 시선도 카메라에 담아낸다.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물의 리노베이션이 팬데믹과 기후 위기 등 도시 생태계의 변화에 어떻게 유연하게 반응할 것인가’를 묻는 한편,이를 통해 ‘단절’이나 ‘멈춤’으로 표현되는 팬데믹의 시간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연속성의 시간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인공적인 조명 연출을 배제하고 공적 공간의 면모를 투명하게 조명하는 그의 작업 방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갤러리 K2 1층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의 리노베이션 이후 공간의 변화가 담겨 있다. 파리의 역사를 담은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1880년에 개관했으며,2016년부터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는데,특히 장소 고유의 매력을 보존하면서도 국제적 규모의 방문객을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2021년 재개관을 앞둔 2020년에 이곳을 방문한 회퍼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추가된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을 다각도로 주목했다. 이를 고대부터 현대를 관통하는 파리 시의 역사와 박물관의 다층적 시간대를 연결하는 모티프로 삼은 것.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켜켜이 쌓인 무수한 시간들이 쌓인 현장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냄으로써 공간의 변천사를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준 이 작품은 박물관 1층 복도 끝 공간을 가득 메운 드라마틱하고도 장식적인 벽화 작품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벤델 대저택(Hôtel de Wendel)의 무도회장을 위해 제작된 1층의 벽화 작업은,1989년 박물관에 재설치된 이후 최근 복원 과정을 거쳤는데 특히 창문과 거울 테두리의 금색 프레임,공간을 압도하는 대칭 구도나 역동적 장식 등이 공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다.

카르나발레 박물관의 복원된 벽화에서 ‘붉은 장막’이라는 시각적 요소로 강조되는 장식적이고도 연극적인 분위기는 베를린의 코미셰 오페라(Komische Oper Berlin)의 텅 빈 무대와 관객석을 담은 또 다른 연작과 연결된다. 코미셰 오페라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의 건축물은 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이후 1960년대에 재건축,1980년대에 다시 복원 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는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공간으로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인데,회퍼는 2022년도에 이 장소를 방문해 촬영했다.

칸디다 회퍼(b. 1944)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Komische Oper Berlin II 2022〉

Inkjet print

Image: 180 x 250.8 cm

Frame: 184 x 254.8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Bonn 2022

칸디다 회퍼(b. 1944)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Musée Carnavalet Paris XI 2020〉

Inkjet print

Image: 180 x 249.1 cm

Frame: 184 x 253.1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Bonn 2020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b. 1944)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Berlin XVII 2021〉

Inkjet print

Image: 180 x 250 cm

Frame: 184 x 254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b. 1944)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도서관Stiftsbibliothek St.Gallen III 2021〉

Inkjet print

Image: 180 x 160 cm

Frame: 184 x 164 cm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Bonn 2021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Less is more,베를린 신국립미술관

갤러리 K2 2층에서는 베를린에 위치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Berlin)의 리노베이션 이후 모습을 선보인다. 유리와 철재로만 지어져 ‘빛과 유리의 전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설계로 지어진 것으로,서구 모더니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미국 망명 30년 만에 모국에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미스 반 데어 로에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라는 건축 철학과 기술력의 총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지휘 하에 기존 인테리어 자재를 보존하면서 보수 작업을 진행한 미술관은 ‘최대한 기존 비전 그대로(As much Mies as possible)’를 모토로,건축물의 개별 구성요소들을 해체한 후 청소 및 복원 과정을 거쳐 원래 위치에 복구했다. 새로운 건축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기반시설의 보존 및 강화 등에 주력한 것. 회퍼는 복원 직후인 2021년 이곳을 방문,재정비를 거친 공간 곳곳을 카메라 렌즈로 비추며 방문객들과 시공업자들의 활동을 모두 담아 냈다.

국제갤러리 K2 1층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에선 회퍼가 지난 2001년에 작업한 스위스의 장크트갈렌(St. Gallen) 수도원 부속 도서관을 팬데믹 기간 중 재방문해 작업한 동명의 ‘Stiftsbiblio-thek St. Gallen 2021’ 연작도 만나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했던 수도원 중 하나로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개축된 이 수도원은 198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을 담은 2001년작에서,회퍼는 정교한 프레스코화와 아치형 천장에 주목,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문객들도 일부 포함시켰지만 새로 촬영한 2021년작에서는 인물의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내부 공간에 주목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작가가 의도한 빛과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자.

칸디다 회퍼(1944~)

사진: Ralph Müller(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1944년 독일 에베르스발데에서 태어난 칸디다 회퍼는 1973년부터 1982년까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그 이후에는 현대 독일 사진을 이끈 베른트 베허(1931~2007)와 힐라 베허(1934~2015) 부부로부터 사진을 수학했다. 197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가는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며 공적인 장소,특히 인간이 부재한 건축의 내부를 특유의 정교한 구도와 빼어난 디테일로 구현해왔다.

뉴욕 현대미술관,파리 퐁피두 센터,프랑스 국립도서관,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등에 그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오는 9월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2024 케테 콜비츠 상’을 수상할 예정인 작가는 현재 쾰른에 거주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국제갤러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5호(24.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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