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기술

고향집 싣고 달린다 … 서도호의 금의환향

Aug 18, 2024 IDOPRESS

아트선재센터 21년만 개인전


영상·설치 등 30년 작업 망라


집과 이주 주제 상상력 펼쳐


"천 작업은 '빙산의 일각'일뿐


내 머릿속 온갖 작업 가득차"

작가 자신의 고향집을 싣고 미국을 횡단하는 상상을 담은 '비밀의 정원 '. 아트선재센터

국가대표 작가 서도호(62·사진)가 대표작 '천으로 지은 집'을 버리고 돌아왔다. 2003년 첫 개인전을 열었던 아트선재센터에서 21년 만에 '서도호 월드'를 다시 펼쳐 보이면서 천으로 지은 집이 하나도 없는 전시를 시도한다.


사변,추론,사색을 뜻하는 제목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에서 그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펼쳐 보이는 데 더 집중한 것이다. 올해만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내년 5월 테이트모던 상륙을 앞둔 60대 거장은 달팽이가 평생 등에 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 보였다.


16일 개막을 앞두고 만난 작가는 "'만약에(What If)'라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작업 방식을 늘 사용했기에 '사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 작업은 대부분 그렇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숙고와 가설,상상력의 작동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991년 미국 예일대 유학 시절부터 동일한 스케치북에 하고 있는 수백 점의 드로잉을 비롯해 건축 모형과 영상으로 전시장이 가득한 이유다.


집이 없어 충격을 받을 관람객에게 그는 "제 스튜디오에는 늘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천 작업이 제 대표작이 되어버렸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실 제 머리는 셀 수 없는 프로젝트가 가득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1층에서부터 집요하게 연구하는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2010년 시도한 '완벽한 집: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뉴욕과 서울의 중간 지점인 태평양 한가운데 집을 지으려 했다. 이번에는 현재 거주 중인 런던까지 포함한 세 도시의 중간에 완벽한 집 짓기에 다시 도전했다. 세 도시 중간에는 북극 보퍼트해가 있다. 집 짓기를 위해 물리학자,건축가 등과 협업해 기후 위기,고립,장벽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관한 성찰을 펼쳐보인다.


180여 점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상상의 집은 이런 모양이다. 북극으로 향하는 수천 ㎞의 다리가 만들어지고 그 위엔 대관람차와 미국의 가족 식당,성북동 손칼국수 같은 추억의 장소가 들어선다. 이 북극으로의 도보 여행을 상상하면서 그는 코오롱스포츠와 협업해 태양광으로 자가 발전을 하고,혹한에도 살아담을 구명복을 만들기도 했다.


2층은 완성작과 미완성작이 공존하는 '집들의 난장'을 만날 수 있다. 평생 거주했던 수십여 곳의 집을 모두 건축 모형으로 음각과 양각으로 제작해 벽에 걸었다. 그에게 집은 단순한 물질적 공간이 아니라,누군가 존재해 숨을 쉬었던 기억의 저장소다.


전시 주인공 중 하나는 그가 자란 한옥집이다. 서도호는 바다와 하늘을 가로질러 이 서울의 한옥을 런던으로 옮기거나(연결하는 집,런던),샌디에이고 미술관에 불시착(별똥별)시켰다. 이 집과 정원을 트럭에 싣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낯선 땅에서 한국 식물이 융화될 수 있을까 상상한 이 작품(비밀의 정원)은 이민자인 작가 자신의 모습과도 닮았다.


천으로 만든 집으로도 여러 번 변주된 이 한옥은 그에게 공감에 관한 사유를 안겨줬다. 작가는 "한옥집을 천으로 만들어 영국에서 전시할 때,너무 낯설고 한번도 보지도 못한 공간 앞에서 우는 분들이 계셨다. 많은 분들이 집을 떠나서 유랑하며 살기에 집에는 어떤 공감의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층에는 두 공동주택 단지를 막대한 시간을 들여 촬영한 특별한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철거된 대구 '동인아파트'(2022)와 런던 '로빈 후드 가든'(2018)의 마지막을 그는 완전하게 박제했다. 쓰레기와 삶의 흔적이 가득한 집들을 카메라로 느리게 기록하고 재현해,공동체의 역사와 이곳에 존재했던 삶에 관한 섬세한 성찰을 안겨준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1만원.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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