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한강' 물 들어오자 노젓는 K문학…소설 판매·수출 껑충

Oct 23, 2024 IDOPRESS

김애란·박상영·김금희 작품


판매량 두배 이상 뛰어올라


김주혜 '작은 땅의…' 70배


프랑크푸르트도서전서도 각광


韓소설 선인세 1억 이상 받아


출판사들 문학 비중 확대 추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교보문고 광화문점 소설 코너가 독자들로 붐빈다. 한주형 기자

서울 대치동에 사는 60대 남성 박 모씨는 최근 40년 만에 소설책을 집어들었다. 한강이 어떤 소설을 썼길래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인지 실로 궁금했다. 20대 때 박경리의 '토지'를 읽은 것을 마지막으로 소설과 담을 쌓았던 그다. 재테크 관련 경제도서 위주로 독서를 했던 그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다 읽고 나서 "강렬한 문체가 인상적이었고,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하철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던 50대 김 모씨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노벨상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 기분"이라며 "얼마 만에 소설책을 읽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끝까지 완독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순수문학 판이 바뀌고 있다. 2008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모성 신드롬을 일으킨 것처럼 한강 열풍이 한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꽃피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짐은 이미 불고 있다. 한강 소설이 일주일 넘게 베스트셀러 목록을 싹쓸이한 가운데,다른 소설가 작품도 덩달아 판매고를 늘리고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지난 10일 노벨상 발표 이후 16일까지 7일간 한강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전년 대비 49.3%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한강 소설을 구입하면서 다른 문학 책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인터넷 중고서점 알라딘 역시 지난 17일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 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수상 직전보다 판매량이 일주일 만에 70배 이상 증가했다"며 "김애란,김금희,양귀자,정유정,박상영 등 한국 문학 작가들의 작품 판매량 또한 2~3배 늘었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가 언급하거나 읽었다고 알려진 책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임철우의 '사평역'과 '아버지의 땅',스웨덴 장편 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도 판매가 껑충 뛰었다.


해외 주목도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도 한국 문학작품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올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내 한국문학 판권에 대한 문의가 3~4배가량 늘었다. 지역적으로 영미권과 유럽 국가 출판사들의 판권 문의가 크게 늘었다. 강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심여사는 킬러'가 영국 대형 출판사 노프 더블데이에 약 2억1000만원의 선인세를 조건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소설가 이희주의 '성소년'과 송유정의 '기억서점'도 영국 출판사와 각각 선인세 1억원의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문학을 읽지 않았던 4050 남성들이 새로운 독자층으로 유입되고,2030세대는 독서를 멋지게 인식하는 '텍스트 힙' 현상으로 당분간 문학 독서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기호 출판칼럼니스트는 "박세리키즈가 나오며 한국 골프 대세를 일구었듯,이번 노벨상 수상이 젊은층에 강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한강 작품이 내년까지 1000만부 팔리지 않겠냐. 공급이 늘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강 신작이 내년 상반기 예정된 만큼 관심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문학 작품은 자기계발서나 트렌드서와 달리 한번 인기를 얻으면 꾸준히 장기적으로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출판사들도 관련 시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 당장은 한강 작품이거나 관련작들을 중심으로 온기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단기적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순수문학 시장은 2010년대 이후 소셜미디어와 OTT 확산,웹툰·웹소설·장르소설 인기로 독자 관심이 쪼개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와중에 올해 공공도서관으로 보급되는 세종도서와 문학나눔,군부대에 납품하는 진중문고 예산이 삭감돼 출판·인쇄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한강 노벨상 수상으로 내년 출판지원 예산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향휘 선임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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