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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박수 받은 조성진…‘음악’ 테마로 프라하 가보니 도시가 달리 보였다 - 매일경제

Jun 25, 2024 IDOPRESS

제 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공연을 펼친 피아니스트 조성진 / 사진=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15~20년 전 유럽 배낭여행 할 때 프라하에서 클래식 공연 관람을 꼭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체코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클래식 공연과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여행 팁은 오늘에도 통한다. 예나 지금이나 프라하에 가거든 공연 하나쯤은 필수로 봐야 한다. 그 옛날 허리띠 졸라매고 유럽을 누비던 대학생에게 영혼의 양식을 나눠주던 고마운 프라하는 여전했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까지,체코에서 보낸 일주일은 내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했다. 중세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도시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극적인 장치는 바로 음악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프로그램 가격이었다. 조성진 공연뿐 아니라 대부분 공연이 최대 1200~1500코루나(약 7만1000원~8만9000원) 선이다. 조성진 공연의 경우 400코루나(약 2만4000원)부터 시작했다.

‘음악’ 하나만 보고 떠난 5월의 프라하 여행을 소개한다. 음악적 지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즐기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도 충분했던 ‘프라하의 봄’이었다.

제 79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프라하의 대표 공연장 ‘루돌피눔’ 내부 모습 / 사진=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올해로 79회를 맞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체코는 물론 전 유럽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제 중 하나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레너드 번스타인 등 거장 지휘자는 물론 당대 유명한 클래식 연주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2024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5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약 3주간 진행했다. 축제 기간 거의 매일 콘서트가 펼쳐져 체코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올해 축제는 더욱 공들여 준비했다. 2024년은 체코 출신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가 탄생한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체코 정부는 스메타나를 기리기 위해 2024년을 ‘체코 음악의 해’로 선포했다. 스메타나는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개막을 알리는 공연은 79년 동안 한 해도 빼지 않고 스메타나가 작곡한 ‘나의 조국’으로 꾸몄다.

체코 출신 지휘자 야쿱 흐루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체코 출신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인 야쿱 흐루샤(Jakub Hrůša) ”스메타나는 체코 클래식의 아버지”라며 “그의 음악은 항상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체코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에서 만난 조성진

블타바 강변에 위치한 공연장 루돌피눔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블타바 강변에 위치한 루돌피눔(Rudolfinum)은 프라하를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으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드보르작 홀은 프라하 사람들이 사랑하는 체코 출신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의 이름에서 따왔다. 1885년 문을 연 루돌피눔은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클래식 연주가와 지휘자들에게 있어서 꿈의 무대로 꼽힌다.

올해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에는 특히 한국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공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5월 24일 오후 7시,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루돌피눔은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프라하 현지에서는 축제 시작 전부터 조성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다음 해에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 무대에 올랐던 조성진이 8년만에 프라하를 다시 찾는다고 이곳저곳에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성진 공연 티켓은 지난 1월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객석을 채웠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부터 지긋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1층과 2층 그리고 무대 위 합창단 석까지 꽉 들어찼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 사진=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조성진은 1부에서 모리스 라벨의 ‘미뉴엣 앤티크’ ‘소나티네’ 그리고 ’밤의 가스파르(제 1곡 물의 요정,제 2곡 교수대,제 3곡 스카르보)’를 연주했다. 2부에서는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연작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 전곡을 연주했다.

무대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다. 14열 2번,가운데가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시야가 생각보다 좋았다.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까지도 보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른 감동이 전해졌다. 손뿐만이 아닌 온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움직임이 커서 놀랐다.

조성진은 이날 모두 6번의 커튼콜을 했다. 4번 커튼콜을 한 다음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앙코르 곡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들려줬다. 앙코르 후에도 두 번 커튼콜을 더 했다. 사방에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청중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왼쪽 가슴에 손을 살짝 올리고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한국인 관객이 많은 것을 알아본 듯한 벅찬 표정이었다. 마지막 퇴장할 때는 손 인사도 크게 해 보였다.

공연 직후 루돌피눔 2층 홀에서 진행한 리셉션장에서 조성진은 “8년만에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를 다시 찾게 돼서 기쁘다. 조만간 또 무대에 서고 싶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파벨 트로얀(Pavel Trojan)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총감독은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라며 “한국인이 많아서 조성진이 더 기쁘게 연주를 했던 것 같다. 박수도 함성도 커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브닝 콘서트와 오페라 퍼포먼스

5월 27일 열린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 공연 / 사진=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5월 27일 펼쳐진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Kryštof’s Sanctuaries)’ 공연에서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미코 프랑크(Mikko Franck)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필하모닉 드 라디오 프랑스’가 연주를 선보였다.

이날 라디오 프랑스는 크리스토프 마라트카(Kryštof Mařatka)가 작곡한 ‘생츄어리’를 초연했다. 크리스토프는 직접 지휘도 했다.

선사 시대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곡 중간중간 연주자들은 발을 구르고 줄을 뜯고 입으로 소리도 내면서 곡을 완성해갔다.

2부에서는 미코 프랑코가 지휘봉을 잡고 모리스 라벨의 ‘다프니스와 끌로에,모음곡 2번’과 ‘라발스’를 들려줬다.

크리스토프의 생츄어리 공연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28일 ‘영광스러운 리부셰’ 오페라 퍼포먼스 공연에는 유난히 옷을 갖춰 입은 현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공연장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그들에겐 일상적인 풍경이다.

리부셰는 프라하의 영광을 예언한 전설 속의 공주다. 크룩 왕의 막내딸이었던 리부셰는 예지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리부셰는 평범한 농부 프르제미슬(Přemysl)과 결혼했다.

둘이 결혼하면서 8세기에 프르제미슬 왕조가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리부셰는 지금의 비셰흐라드에 서서 프라하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별에 닿을 영광의 도시가 보인다”고 예언하면서 “도시를 건설하라”고 명했다.

리부셰는 프라하 사람에게 있어서 신적인 존재다. 그런 리부셰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는 체코 사람들에게는 애국심을 예술로 승화한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영광스러운 리부셰 오페라 퍼포먼스 공연 / 사진=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오페라 퍼포먼스는 정식 오페라 공연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단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가수가 지휘자 옆쪽에서 본인 파트에 맞춰 노래를 했다.

매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개막식을 보며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는 흐루샤는 “신화적인 오페라 리부셰를 맡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부셰 공연을 보면서 체코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2층 발코니 자리에 3시간 내내 서서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열정 넘치는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모든 관객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관객,연주자 할 것 없이 모두 감격에 차서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축하했다.

일상적으로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음악과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체코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체코가 음악의 나라,클래식의 고장이라는 건 합리적인 티켓 가격에서도 알 수 있었다.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공연 가격은 대부분 최대 1200~1500코루나(약 7만1000원~8만9000원)을 넘지 않는다. 조성진 공연의 경우 400코루나(약 2만4000원)부터 시작했다.

‘프라하의 여름’에도 계속되는 음악 축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매년 봄에 열린다. 2025년 봄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프라하의 여름’을 노려보자. 체코에서는 일년 내내 다양한 장르의 음악 축제가 진행된다.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컬러 오브 오스트라바(Colours of Ostrava)’는 중부 유럽 최대 규모 멀티 장르 축제로 꼽힌다. 과거 광산과 제철소가 모여 있던 곳을 무대로 해 더 이색적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샘 스미스’와 ‘레니 크래비츠’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7월 3~6일 열리는 비츠 포 러브 오스트라바 음악 축제 / 사진=© Petr Chromec 헤비메탈 팬이라면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하는 ‘마스터스 오브 록(Masters of Rock)’ 페스티벌을 EDM 매니아라면 ‘비츠 포 러브 오스트라바(Beats for Love Ostrava,7월 3~6일)’을 추천한다.

체코의 그림 같은 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체코 성 음악 페스티벌’ 7월 12일부터 8월 31일까지 일정이 잡혀있다. 전국 5개의 성에서 날짜를 달리 음악 축제를 진행한다.

프라하(체코)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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